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1917》을 보고 든 생각
    일요감상회 2023. 5. 15. 00:51

    샘 멘데스, 2019

     

    1.

    19-20 시즌은 훌륭한 영화가 많았던 시즌이었다. 당시 봤던 영화를 떠올려 보면 《기생충》, 《아이리시맨》, 《조커》,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 등등. 오스카 시상식에선 외면받았지만 《언컷 젬스》도 좋았던 영화 중 하나로 기억난다.

     

    2.

    그 중에서도 《1917》은 《기생충》과 함께 오스카 작품상 경쟁 선두를 달려 꽤 인지도가 있었던 걸로 기억한다. 그만큼 위시리스트에 오래 있었다. 문제는 묵혀둔 기간이 길었던 탓에 이미 엔딩과 대충의 줄거리를 알게 되었다는 점. 덕분에 언제 누가 죽는다는 사실을 미리 아니까 쓸데없이 쫄면서 보지는 않을 수 있었다.

     

    3.

    그래도 알고 봤다고 딱히 긴장감을 덜 느끼거나 그러진 않았던 것 같다.

     

    4.

    스토리라인은 약간 롤플레잉 게임의 퀘스트 느낌? 사실 RPG의 퀘스트가 현실에서 먼저 따온거겠지만 말이다. 굳이 이런 생각이 들었던 이유는 아무래도 도착점이 명확한 영화였기 때문이었으리라. 하지만 그 목표를 달성했을 때 주는 것이 성취감이 아닌 허무함에 가까웠다는 점이 흥미로운 지점이었다. 상당히 숭고하고 영웅적인 여정이었음에도.

     

    5.

    주인공을 계속 따라가는 시점 덕분에 영화가 특히 생생하게 다가오는 것 같다. 체험하는 듯한 기분을 준다. 하지만 전쟁을 낭만적으로 나타내지는 않았다. 보고나서 쓸데없이 자꾸 상기되는 징그러운 장면도 꽤 있었고. 사실 개인적으로 훌륭한 전쟁영화는 의도했던 안했던 반전주의적인 분위기가 나올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6.

    근데 또 생생했다는게 꼭 너무 현실적이라서 영화적이지 않았다는 의미인 것도 아니다. 영화가 상당히 다채로우면서 극적이다. 감정이 벅차오르는 순간들이 여럿 있다. 독일군 벙커에 처음 들어가서 일이 터지기까지 긴장감이 상당했다. 프랑스 여인과 아이를 만났을 때 주인공의 반응도 강렬했고, 이 영화 하면 떠오르는 장면인 클라이맥스의 달리기도 역시 대단했다.

     

    7.

    이 영화의 성공은 촬영과 편집의 승리인듯. 롱테이크를 주력으로 가져가는 영화들은 그런 생각이 쉬이 납득 가면서도 또 감히 그 시도해 볼 엄두도 안 나는데, 그런 점에서 경외감을 느낀다. 특히 편집에 대해서, 영화를 다 보고 나서 나무위키를 찾아보다가 편집점 관련 영상 링크를 보고 좀 놀랐다.

     

    8.

    《사울의 아들》도 비슷한 촬영이라는 점에서 연상이 되는데, 이런 영화들이 보고있으면 주인공이 카메라에 휩쓸리는 기분이 들기도 하고 카메라가 주인공에 휩쓸리는 기분이 들기도 하고. 아무튼 신기하다.

     

    9.

    휩쓸린다는 키워드에 집중해, 이런 류의 영화를 보면 기분이 참 묘하다. 깊은 공포감이 느껴지기도 한다. 영화 중간에 아이처럼 울고 있는 장교가 한 명 나오는데, 나도 저런 시대에 저런 위치에 있었다면 저 장교와 같은 모습으로 있지 않았을까 싶은 생각도 든다. 이 영화의 주인공은 역경을 딛고 휩쓸리지 않는 초인적인 면모를 보여줬지만.

     


    인상 깊었던 장면

    역시 기대한 만큼 강렬했던 장면. 그 고생을 하고도 저렇게 뛸 힘이 남아있었다니.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