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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람이 분다》를 보고 든 생각
    일요감상회 2023. 5. 7. 21:43

    미야자키 하야오, 2013

     

    1.

    우선 미야자키 하야오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감독이다. 한 번도 미야자키 감독의 작품에 실망해 본 적 없고, 모든 작품에 최고점을 매기고 있다. 지금까지 본 영화를 통틀어 최애작으로 《붉은 돼지》를 꼽는 수준이다. 미야자키 하야오. 낭만의 화신.

     

    2.

    13~14년 즈음 인터넷에 남겨진 글을 보면 이 영화에 대해 부정적인 감정이 팽배하다. 상당히 뜨거운 감자 같은 영화인 것은 부정할 수 없다. "일본은 왜 이렇게 가난할까" 같은 대사가 나올 땐 나도 눈썹이 들썩거리더라. 하지만 슈퍼 히어로 영화들처럼 "주인공은 선하다!"라는 주제로 이끌어가는 영화는 아니었으니까.

     

    3.

    분명 영화는 당시 일본과 당시 일본을 잊고 있는 현재의 일본까지 비판한다. 중반부에선 눈에서 빛이 나는 독일인의 입을 빌려 노골적으로 비난한다. 이 점은 나 같은 사람들이 이 영화에 대해 해 줄 수 있는 좋은 변명거리이기도. 하지만 이것도 핵심적인 주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나는 감독이 이 비판조차 진짜 하고 싶은 이야기의 재료로 썼을 뿐이라고 생각한다.

     

    4.

    독일인의 이름은 카스토르프. 대사가 아주 인상 깊었는데, 채식을 아주 맛있게 하는 장면이 기억에 남는다. 물냉이라고 하더라. 영화를 볼 때가 한창 봄나물을 접할 기회가 많았던 시기라서.

     

    5.

    인상적이었던 또다른 장면은 주인공의 결혼 장면이다. 여주인공 나오코를 정말 아름답게 그렸다. 얼마나 아름다우면 그 장면에서 나오코는 마치 자체적으로 발광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사실 나오코는 폐렴으로 죽어가고 있었다.

    Ca.60

    주인공의 꿈친구이자 멘토 카프로니 백작에 대한 묘사도 비슷하다. 9엽 비행기가 그려진 카드를 보며 주인공은 카프로니의 꿈이 이뤄졌음에 감탄하지만 곧이어 시범 비행에서 박살 나는 비행기를 보여준다.

     

    6.

    기술자에 대한 옹호라고 이 영화를 이해할 수 있을거 같은데, 나는 이걸 낭만주의자의 변명으로 생각한다. 건방지게 표현하자면, "하지만 아름다웠죠?"라고 말하고 있다.

     

    7.

    나는 만약 주인공이 다시 태어난다고 해도 똑같은 삶을 선택할 거라고 생각한다. 영화는 분명 소실과 좌절로 끝나지만, 후회하는 감정은 느껴지지 않았다. 그렇게 살아왔고 그렇게 살아갈 거 같다.

     

    8.

    주인공의 성우가 일반적인 캐스팅이 아니라는 점은 미리 알고 있었다. 청년 지로가 첫 등장해서 첫 한 마디를 했을 때 살짝 당황했다. 기차에서 어르신에게 자리를 양보하는데 '어? 연기가 뭔가...' 근데 또 막상 영화를 다 보고 나니까 오히려 어린 지로가 너무 또랑또랑한 목소리 아니었나 싶기도. 아무튼 아주 잘 어울렸다는 말.

     

    9.

    참고로 《에반게리온》은 안 봤다. 대신 나무위키(사실 리그베다 위키 시절) 덕분에 대충의 줄거리와 아주 유명하고 역사적인 가치가 있는 애니메이션이라고는 알고 있다. 어.. 앞으로도 볼 생각은 아직까진 없다.

     

    10.

    일본 노래는 별로 안 좋아하는데 엔딩 크레디트에서 나온 OST는 좋더라. 노래 자체의 백스토리랑 이 노래를 사용하게 된 계기도 아주 드라마틱하길래 신기했다.

     

    11.

    첫 글을 썼다. 매주 영화를 보고 나름의 별점과 한줄평은 해온 지도 꽤 됐지만, 블로그를 만들어서 글을 써야겠단 생각은 처음이었다. 그만큼 논란의 작품이란 의미도 있는 것 같다.


    인상 깊었던 장면 1

    딱히 의미가 있어서 가져온 건 아니고, 무슨 화분을 뜯어먹고 있길래...

    인상 깊었던 장면 2

    가끔씩 어떤 영화들은 보고 있으면 "헉 소리가 난다"라는 표현을 실제로 체험하게 만들 때가 있다. 움짤로 가져올 수 있으면 더 좋았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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