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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묘>를 보고 왔다.문화시민 2024. 2. 24. 14:41
2024년 2월 24일 0.
현재 상영 중인 영화다 보니 스포일러 주의.
1.
영화란 취미생활이기도 하고 문화생활이기도 하다. 그 영화가 별로 내키진 않아도 같이 보러 갈 사람이 있으면 친목도 좀 다지고, 시간도 같이 보내볼 겸 따라가게 된다는 말이다. 사실 <파묘>가 가진 대외적인 이미지를 종합한 결과 내 취향의 영화는 아니라고 판단했기에 볼 생각은 딱히 없었다. 하지만 어쩌다 보니 같이 갈 사람이 생겨서 오늘 이렇게 감상하게 되었다.
2.
좋아서 본건 아니라는 티를 팍팍 내고는 있지만, 감상문은 써야지. 나는 너무 내가 좋아하는 영화만 봐왔어. 편식만 하지 말고 가끔씩은 건강하게 이런 영화도 보고 그래야 한다구.
3.
난 공포 영화를 싫어한다. <파묘>가 공포 영화인가요? 라고 물을 사람도 있겠지만, 마치 쌈장이 맵다는 말에 놀라는 한국 사람들을 보는 것 같다. 나는 공포 영화를 내가 매운맛 또한 즐기지 않는 것과 같은 이유로 싫어한다. 나 자신을 괴롭히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안 그래도 영화 보기 전에 잠깐 정보 좀 찾았다가 점프스케어 장면이 조금 있다는 말에 불편해지더라고. 얼마나 있는지와는 상관없어, 애초에 있다는 것부터가 내게 그 영화에 대한 거부감을 안긴다. 물론 그런 장면들이 정량적으로 영화를 나쁘게 만든다는 의미는 아니다. 그냥... 나한텐 안 맞아...
4.
그래도 영화는 무난하게 재밌게 잘 보고 왔다. 스토리 흐름도 무난했던 것 같고. 조금 부정적인 뉘앙스로 다르게 말하면, 독특한 소재에 비해 그냥 무난했다고 해야 하나.
5.
영화는 팀업 무비처럼 보이기도 하고 또 한편으로는 캐릭터들을 소개하는 방식이나 팀을 꾸리는 방식이 케이퍼 무비스러운 면도 있었다. 범죄와 관련된 소재는 아니지만. 아무튼 그 느낌이 뭐라고 해야 할까, 이 작품에서는 그냥 적당히 넘어간 것 같긴 한데 한 발만 더 갔으면 "선수입장" 느낌이었을 것 같다.
6.
이런 뭔가 무난한, 클리셰적인 부분도 있긴 했지만 또 장르의 특성을 강렬하게 살린 좋은 장면도 여럿 있었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론 문제의 그 묘가 등장할 때의 짧고 강렬한 컷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굿판을 벌이는 장면도 인상 깊었고.
7.
대신 영화 중간부터 드러나는 비밀과 전개는 호불호 많이 갈리겠더라. 실제로도 많이 갈리고 있고 지금. 나도 처음 그 존재가 활동하기 시작하면서 고개를 갸웃거렸는데, 그래도 계속 보고 있으니 영화가 곧바로 다시 제 갈길을 되찾긴 하는 것 같았다.
8.
위에서 팀업 무비라고 표현을 했고, 캐릭터 구축이 이 영화의 가장 큰 숙제 중 하나였을 거라고 생각한다. 관람객들의 반응을 미루어 보아 캐릭터들이 결과적으로 잘 먹히긴 한 것 같다. 연기에 대한 호평도 많고. 이도현 배우가 맡은 캐릭터는 외형적으로 아주 매력적이어서 스틸 컷 중에서도 가장 기억이 남더라.
9.
다만, 이화림이라는 캐릭터는, 김고은 배우의 뛰어났던 연기력과는 별개로, 조금 더 나을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제일 주인공 같았던 최민식 배우의 김상덕은 배우 자체의 무게감까지 더해져서(난 이게 연기력과는 별개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캐릭터가 살아날 수 있었던 것 같다. 이화림이란 캐릭터는 뭐라고 해야 할까, 영화의 가장 강렬한 장면에서 뛰어노는 역할을 수행한 것 치고는 캐릭터 하나만 놓고 봤을 때 좀 흐릿하지 않았나 싶은 생각.
10.
<검은 사제들>, <사바하>에 이어 <파묘>까지. 감독의 장르에 대한 사랑이 돋보이는 대목이다. 비록 내가 좋아하는 장르는 아닐지라도, 한국 영화계에 불어오는 장르적 다양성을 그 누가 싫어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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