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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를 보고 든 생각일요감상회 2024. 5. 12. 13:15
스파이크 존즈, 2013 0.
지난주에 또 단평을 저질러버렸다. 첫 단평과 달리 이번엔 "또 쓸모없는 걸 베어버렸군..."에 가까운 참담한 심정으로.... 별로였어..!
1.
아무튼, 이번 주의 영화 <그녀>. 역시 오래전부터 보고 싶어요 리스트에 오래전부터 있었던 영화였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자면, 지난 몇 주 동안 소위 말하는 "힐링 영화"들을 찾고 있었는데 이번에야 말로 성공한 느낌이다.
2.
감독 스파이크 존즈는 <존 말코비치 되기>로 아주 인상 깊게 기억하고 있다. 찰리 카우프먼이라는 색깔 강한 오스카 수상 각본가(겸 지금은 감독)와 함께 <존 말코비치 되기>, <어댑테이션> 두 작품을 탄생시킨 후 스파이크 존즈 본인이 직접 각본을 써서 만든 또 다른 작품이 <그녀>인데, 이걸로 감독 본인도 오스카 각본상 수상을 이뤄냈다. 이런 배경을 보면 두 인물에 대한 대단한 경외감이 느껴지기 시작한다.
3.
<그녀>는 강력한 사랑 영화다. 저 영화 포스터를 한 번 봐봐. 온통 분홍색 배경에 옷인데 저 오묘한 주인공의 표정. <그녀>는 단순히 사랑이 얼마나 따뜻한가에 대해서만 말하는 영화가 아니라 그것이 얼마나 다루기 어려운지, 그 앞에 우리는 미성숙할 수밖에 없다고 말하고 조금이나마 더 잘 대처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그려 보여주는 영화였다.
4.
그래서 그런 점이 좋았던 것이다. 주인공과 사만다는 둘의 한계를 초월해 행복하게 잘 살았습니다. 가 아니라 초월한 것은 사만다뿐이었고, 심지어 너무 초월해 버려 영영 떠나버리는 것으로 영화가 끝난다. 하지만 그가 사랑하게 된 사만다가 AGI(
전문 용어 등장)였기 때문에 사랑이 이렇게 끝나버린 것만은 아니겠지. 사랑은 언제나, 언젠간 끝날 위기를 안고 이어가는 것 아니겠어.5.
사만다라는 캐릭터가 정말 대단했다는 생각이 든다. 영화의 세계 속으로부터 살짝 벗어나서, 정말 잘 만들었다는 생각이 든다. 유명한 평론에서 이렇게 이야기했는데,
대상(Her)이 주체(She)가 되는 순간에 찾아오는 어른의 사랑.
- 이동진이게 되려면 결국 사만다가 영화에서 주체로써 완벽히 동작해야 했었다는 말일테니까. 사만다가 처음 구동되고 목소리가 들려오는 순간 정말 어떤 인물이 새롭게 등장했다는 느낌이 들었다.
6.
항상 영화를 보고 나면 여러 리뷰 및 평론 영상을 찾아보는데, 이번에 <그녀>를 보고 제일 흥미롭게 봤던 리뷰는 침착맨의 '그녀(her)' 같이 보기 영상이었다. 묘하게 핵심을 잘 찔러 이 사람. 근데 이거 티스토리 플러그인으로 영상 첨부하려 했는데 왜 검색이 안되지.
7.
영화가 전체적으로 띄고 있는 색감이 참 좋더라. 스모그가 끼여 살짝 뿌연 감이 도는 밝은 톤.
8.
이 영화와 연쇄되어 또 보고 싶어진 영화가 늘어나고 있다. 일단 감독의 전작 <어댑테이션>도 있고, 찰리 카우프먼이 떠올라서 <이제 그만 끝낼까 해>도 보고 싶어 졌고, 또 다른 리뷰 영상에서 함께 소개 된 <너는 여기에 없었다>도 보고 싶어 졌다. 영화 하나를 해치우면 새로운 영화가 우후죽순으로 자라나는구나. 하이드라...
인상 깊었던 장면 1 농담하는 게 아니라, 일부러 화면을 꺼뜨린 이 장면이 아주 인상 깊었다. 전에도 말했듯이 나는 내 블로그를 전체 이용가로 유지하고 싶기 때문에 자세한 설명은 생략.
인상 깊었던 장면 2 사실 장면도 장면인데 노래가 너무 좋았다. 캐런 오가 작곡한 <The Moon Song>. 이 영화가 의외로 당시에 조금 이슈가 되었어서 이 음악도 함께 많이 알려졌던 걸로 기억한다. 이제야 내 플레이리스트에 넣을 수 있게 되었네.
인상 깊었던 장면 3 편지 대필 작가라는 설정도 참 좋았는데, 영화의 끝에서 마침내 이렇게 자신의 편지를 작성하는 모습이 연출된다는 게 예상이 쉽게 되면서도 기분 좋은 예상이라고 할 수 있을 만한 그런 설정이 아니었나 싶다. 그리고 근미래 배경이라는 설정에 맞춰 인물이 직접 말을 함으로써 편지를 작성하는 모습도 그 감정이 잘 살아나는 것처럼 느껴져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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