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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을 보고 든 생각일요감상회 2024. 10. 13. 15:53
이명세, 2007 1.
오랜만에 도전한 한국 영화. 거두절미하고 바로 한마디 하자면, 난감했다 이 영화.
2.
이동진 평론가의 "이 황홀한 자각몽(自覺夢)!"(★4.5) 코멘트에 속아서 봤... 다고 표현하면 안 되겠지. 사실 이런 이야기 여기선 잘 안 하고 해도 뒷부분에서 하는데 점수도 그렇게 낮게 주진 않았다. 대신 오늘 하루 동안에만 점수를 2번이나 바꿨다. 그 정도로 모르겠다 이 영화.
3.
이명세 감독에 대해선 전부터 궁금했다. 주된 활동 시기는 지금으로 부터 약 20년 전이지만, 아직도 회자되는 명장면의 <인정사정 볼 것 없다>를 감독한 인물이란 점에서. 사실 오늘 보려고 했던 영화는 김기덕 감독의 <비몽>이었는데 갑자기 <M>이 왓챠에 올라왔다는 이야기를 보고 바로 선회해 버렸다.
4.
자꾸 문장 사이에 끼어 놓고 발음하다 보면 좀 어색해지는 제목의 영화 <M>은 무슨 의미인가. 그에 대한 정답은 없다. 포스터에서 Mystery라고도 하고 Memory라고도 하고, Misty라고도 하고, Muse라고도 하고... 여주인공 이름도 미미, 남주인공 이름은 민우. 영화 안에 나온 M과 관련된 키워드만 해도 한둘이 아니다. 개인적으론 꿈 몽(夢) 자의 M이라고도 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5.
어려운 영화였지만 다 본 입장에서 줄거리를 요약하라면 쉽다. 주인공은 영화 내내 교통사고로 죽은 첫사랑의 영혼에게 사로잡혀있다. 꿈인지 현실인지 망상인지 모를 이런저런 사건과 미스터리를 겪고 난 후 둘은 마지막 대화를 나누고, 첫사랑의 영혼은 그 애절함으로 자신을 데려가려고 호시탐탐 노리던 저승사자까지 눈물 흘리게 만들며 성불한다는... 삼성대 LG 플레이오프를 보면서 글을 쓰는 중이라 좀 두서없긴 하지만, 얼추 이런 내용이다. 이해하기 어려웠다. 그 우산 들고 다니던 까만 옷 입은 남자가 지하철에서 눈물 훔칠 때가 되어서야 아 이런 내용이었어? 하게 된다.
6.
그리고 이런 내용이 아닐수도 있다. 해석하기 나름.
7.
왜 해석하기 나름이냐. 다른 영화들이 소설을 화면으로 옮긴 것이라면 이 영화는 시를 화면으로 옮긴 것이다. 더 텍스트가 적고, 리듬이 느껴지는 규칙을 띄고 있고, 추상적이고, 함축적이다. 더 감정이 과잉되어있기도 하고.
8.
또 약간 연극같다는 생각도 들었는데, 세트라는 느낌이 강하게 들던 배경과 연기톤들이 그랬다. 특히 여주인공 역의 톤은 정말 당황스러울 정도. 글쎄 이연희 배우의 작품들을 많이 접하진 않았기 때문에 이 배우의 연기력이 나빴던 거라고 단정하고 싶진 않다. 분명 디렉팅이 있었을 것이다. 지난번 <밀양> 때 정반대의 평을 했던 기억이 난다. 이번엔 스크린과 나를 가로막은 투명한 벽이 엄청나게 두꺼운 느낌이었다.
8.
개인적으로 아쉽다고 느낀 점. 이게 거의 20년 가까이 지난 영화긴 하지만, 아니 20년 가까이 지난 영화라서. 이 영화는 특히 더 그 시기 기준의 가장 세련된 미술을 보여주는 듯한데, 그게 이제와선 조금 촌스러워 보여서 자꾸 눈에 밟히긴 했다.
9.
사실 이명세 감독에 대해서 한 번 파헤쳐볼 목적이었다면 이 영화 말고 감독의 초기나 중기 작품들을 먼저 찾아보는게 더 좋았을 것 같다. 여러모로 실험적인 면, 그리고 동시에 창작자라는 정체성이 강하게 드러나는 작품이었다.
인상 깊었던 장면 1 영화에서 몇 번씩이나 변주되는 장면. 웃기기도 하고. 사실 다른건 모르겠고 웃겨서 기억난 거였어.
인상 깊었던 장면 2 어떻게 보면 약간 힌트를 주는 것 같은 장면같기도 하다. 뭘 자꾸 구체적으로 하래 난 시 쓸 거야 하고.
인상 깊었던 장면 3 자꾸 배우 잘생긴거 가지고 뭐라 하면 너무 쉬운 감상문이라서 지양하는 게 좋겠지만, 아무리 그래도 강동원인데 말이야. 진짜 잘생기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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