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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오브 인터레스트>를 보고 든 생각일요감상회 2024. 8. 11. 13:30
조나단 글레이저, 2023 1.
어느새 또 격주가 되어 버린 일요감상회. 몇 번 띄엄띄엄 보기 시작하니까, 또 지난번 <19곰 테드>가 그렇게 효과적이지 않았던 탓도 있고 급격히 영화에 대한 의욕이 떨어졌던 것 같다. 심지어 당장 어젯밤까지 이번 일요일에 볼 영화에 대해 아무런 생각을 하지 않고 있었거든.
2.
이럴때 아주 강력한 작품을 감상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때마침 왓챠에 <존 오브 인터레스트>가 올라왔더라고. 소장 버전 세일까지 곁들여서. 그렇게 드디어 봤다 <존 오브 인터레스트>. 사실 이 영화 입소문 듣고 미리 감독의 전작도 한 편 봐두고, 극장에서 볼까 몇 번이나 고민했던 영화였는데 결국 이렇게 OTT로 보게 되는군. 집에서 도보로 30분도 안 걸리는 거리의 CGV에서 이걸 상영을 했으면 기꺼이 가서 봤을 텐데...
3.
이동진 평론가가 그 <오펜하이머>를 누르고 오스카 작품상 후보로 선택했던 영화. 그리고 무려 그 박평식 평론가가 근 10년 만에 새롭게 9점을 준 영화로 이슈가 됐었던 <존 오브 인터레스트>. 독특한 영화의 소재부터 미리 보고 온 사람들의 반응까지. 이미 그 타이틀 만으로 풍기는 아우라가 압도적인 영화였다.
4.
독특한 영화의 소재. 영화의 주인공은 나치 독일 시기 아우슈비츠의 건설과 운영을 감독한 독일군 장교 루돌프 회스이다. 영화는 그가 얼마나 비인간적인 존재였는가에 대해 집중하지 않는다. 아우슈비츠 바로 옆에 붙어 있는 그의 사택과 가족들, 그리고 자상한 아버지로서의 그의 모습을 "관심의 영역" 안에 둘 뿐이다.
5.
그리고 그 주변의 상황을 소리로, 하늘의 검은 연기와 매캐한 냄새로 암시한다. 영화엔 카메라의 시선을 받는 공간과 그렇지 못한 공간이 명확하게 구분되어 있다. 하지만 아우슈비츠의 공기는 회스의 집을 끊임없이 침범한다.
6.
"악의 평범성"이라는 용어가 있다. 영화에도 한 번 이름이 언급된 또 다른 나치 부역자. 아돌프 아이히만의 행적을 연구한 학자가 제시한 개념이다. 우리는 종종 선과 악을 정확한 선(線) 하나로 구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 선 하나만을 믿으며 사유하길 포기한 자들은 어디까지 타락할 수 있을 것인가. 그들이 자신이 타락했다는 사실 조차 자각하지 못한 채.
7.
영화적인 이야기를 좀 더 하자면, 사실 지루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는 영화다. 하지만, 끝까지 영화를 다 보고 나면 이 모든 장면들이 몰아쳐 소름이 끼치더라. 그리고 어차피 상영 시간도 짧고 감독 전작에 비해 주제가 명확해 이해하기 어렵지도 않으니 이 영화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생겼다면 너무 거리 두지 말고 한 번 감상 해봤으면 좋겠다.
인상 깊었던 장면 1 음향이 압도적인 영화로 정평이 나있다. 점프스케어라던가 직접적으로 공포스러운 장면은 없는데, 영화를 보는 내내 몸이 움츠려들고 긴장된 상태로 있었다. 불길한 사운드 효과들, 그리고 이 장면처럼 정적인 화면 너머로 너무나도 끔찍한 소리가 귀를 후벼파기도.
인상 깊었던 장면 2 불길이 타오르는 창 밖을 보고 느낀 감정은 공포였을까, 죄책감이었을까, 아니면 불편함이었을까. 그리고 그것들은 서로 얼마나 다를까.
인상 깊었던 장면 3 <액트 오브 킬링>이 생각나는 회스의 행동. 그리고 전혀 상상도 못했던 과감한 화면 전환이 돋보였다. 이 외에도 여러 인상 깊은 장면이나 소재들이 많았다. 산드라 휠러가 맡은 회스의 부인 헤트비히도 그 행동이 뇌리에 박히는 인물이었고, 사과를 몰래 땅에 뿌려두는 소녀를 열화상카메라로 촬영한 장면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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