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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브레이브》를 보고 든 생각일요감상회 2023. 8. 19. 14:33
코엔 형제, 2010 1.
서부극은 잊을만하면 꼭 다시 떠올라서 선택하게 되더라. 해적들의 시대처럼 무법자들이 날뛰는 시대가 수백 년 뒤 낭만으로 포장되어 소비되는 게 아이러니하지만, 그 낭만이 좋은 걸 어떡해.
2.
코엔 형제 영화는 믿고 본다. 은근 다작을 했는데 비평이 망해서 튀는 작품도 없고, 개중에는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처럼 압도적인 평을 받는 영화도 있고. 개인적으로는 《카우보이의 노래》도 그때 당시에 서부극이 엄청 당겨서 골라 봤었는데, 아직도 장면들이 기억날 정도로 마음에 들어 했던 경험이 있다.
3.
이번 영화 《더 브레이브》는 《트루 그릿》이라는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다. 사실 영화의 원제도 똑같이 《트루 그릿》인데 수입되면서 《더 브레이브》로 바꼈다고 한다. 굳이? 싶긴 한데, 워낙 영화 수입/배급 과정에 이런 일이 잦았어서 이제는 그러려니 해야 하나 싶다. 10년 전 감성인가 싶기도.
4.
내가 봐온 코엔 형제 영화 치곤 순했다. 14살짜리 애가 아버지의 복수를 위해 리볼버를 품에 안고 다니는 서부극인 이상 시각적인 잔인함은 당연하겠지만, 이야기가 순했다. 물론 이건 원작 소설의 줄거리가 영향을 줬을 듯.
5.
잘 조형된 캐릭터들이 돋보이는 영화였다. 특히 헤일리 스타인펠드가 맡은 주인공 매티 로스가 인상적이었다. 어쩔 수 없는 미숙함이 있지만서도 강단 있고 드센 여자 아이. 얼마 전에 《남한산성》 이야기를 하면서 아역 배우의 연기에 대해 이야기했었는데, 헤일리 스타인펠드가 이 영화를 찍을 때 13살이었다고 한다. 스스로 내가 그들을 너무 얕본 것이 아닌가 싶어 지더라. 근데 비중을 따지면 주연에 해당된다고 생각하는데 아카데미에선 조연상에 노미네이트 했더라.
6.
또 다른 주연 배우 제프 브리지스도 영화에 참 잘 어울렸던 것 같다. 《아이언맨》 당시 빡빡이 아저씨로 처음 접했는데, 머리 기른 모습 보면 멋있긴 해. 존재감 자체가 묵직한 배우라고 생각한다.
7.
원제의 "그릿Grit"이란 단어는 여러 단어로 번역이 된다. 보통은 용기라고 하는 것 같고, 위키백과에선 투지나 기개, 자막에선 "true grit"을 "배짱이 두둑하다"라고 번역했던데, 개인적으로 배짱이라는 표현이 마음에 든다. 아무 때나 쓰긴 어렵겠지만.
8.
제목에 걸맞게 등장인물들이 저마다의 용기를 보여준다. 그게 중간엔 무모하고 무책임해 보이기도 하지만 결국엔 진정한 배짱으로 성장한듯 했다. 그런 지점이 또 생각 외로 영화가 순했다고 표현하게끔 만드는 부분이 아닌가.
9.
TMI 시간. 코엔 형제 영화는 토요일에 리뷰하는 징크스가 생기려나보다. 내일 영화 약속을 잡아보려고 하는 중이라 하루 일찍 영화를 봤다. 근데 약속 흐지부지되면 뭐 일요일 게임이나 실컷 하겠지.
인상 깊었던 장면 1 원작에도 나오는 부분인지는 모르겠지만 코엔 형제 특유의 블랙 유머의 예라고 생각되는 장면. 사실 막 엄청 폭소하게 만드는 것도 아니고 "이게 웃겨?" 라고 생각될지도 모르겠지만, 뭔가 내적인 비웃음이 발생된다고 해야 하나.
인상 깊었던 장면 2 나이 든 매티 로스의 나레이션으로 시작해서 후일담으로 끝난다. 액자식 구성. 향수가 담긴 결말이었다. 이 결말의 분위기가 아주 마음에 들어서 영화의 전체적인 만족도가 올라간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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