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남한산성》을 보고 든 생각
    일요감상회 2023. 8. 6. 14:34

     

    황동혁, 2017

     

    1.

    블로그를 시작하고 처음으로 한국 영화를 봤다. 한국 영화는 싫어하기엔 너무 좋은 영화들이 많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자주 보는 편은 아니다. 아무래도 연기에 대한 부분이 거슬릴 때가 많아서 그런 것 같다. 내가 한국인이다 보니... 알아먹지 못하는 다른 언어 영화에 비해 "이 사람은 연기하는 중이다"라는 생각이 더 쉽게 들 때가 많더라. 특히 아역 배우의 연기를 볼 때 그런 감상을 더 받는다. 누구의 잘못이라고 생각하지는 않고, 아역 배우의 연기를 연출자가 100% 제어하는 게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생각할 뿐.

     

    2.

    그렇다고 한국 영화를 싫어하는건 아닙니다 용서해 주세요. 아이 러브 《버닝》, 《기생충》, 《헤어질 결심》. 진지하게 이야기하자면, 한국 영화의 나쁜 습관을 지적하는 글을 많이 봤지만 이 영화판 자체의 수준은 아주 높다고 생각한다. 솔직히 그렇게 특유의 나쁜 경향성을 가지는 영화는 어느 나라 영화계에서나 존재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할리우드라고 다를까. 다만 우리는 앞서 내가 말했듯 한국인이다 보니, 우리나라 영화계에서 그게 더 잘 보일 뿐.

     

    3.

    그리고 한국 영화에 자주 망설이는 것과는 조금 모순되는 성향으로, "한국적"인 것은 아주 좋아한다. 이번 영화 《남한산성》은 그런 욕구를 채워주는 작품이었다. 선비라는 소재가 담고 있는 고지식함과 고고함, 차분함을 멋지게 그린 영화였다.

     

    4.

    치우치지 않는 영화를 만든다는게 쉬운 일이 아니었을 거라고 생각한다. 이 영화는 병자호란 시기 최명길의 화친론과 김상헌의 척화론으로 대표되는 두 주장의 대립을 다룬다. 우리는 역사적으로 결국 조선이 청나라와 굴욕적인 화친을 맺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영화 스스로도 남한산성에서의 농성이 조정뿐만이 아닌 백성들에게도 가혹한 것이었음을 보여준다. 그럼에도 두 인물의 의견 대립은 한쪽으로 치우치지도 않고 무의미한 탁상공론으로도 그려지지 않는다. 이 영화를 보면서 가장 몰입되는 순간들이 이 둘의 설전 장면들이었다.

     

    5.

    이 블로그에선 내가 왓챠에서 주는 점수에 대해서 직접적으로 언급하지 않아왔는데, 이번 영화에서는 별 4개를 줬다. 나는 좀 점수를 후하게 주는 편. 5개와 4.5개는 너~무 좋은 영화들이고 거의 그 순간 기분에 따라 점수 차이가 결정되는 것 같다. 3.5개 이하는 좀 거슬리는 부분이 보이기 시작하는 영화들. 4개를 줄 때가 사실 가장 애매하다. 특별히 거슬리는 부분도 없고, 영화는 너무 좋고, 근데 너~무 좋았던 건 아닌 것 같고.

     

    6.

    《남한산성》은 내 기준 별 4개 짜리 영화 중에서도 조금 특이한 경우였다. 특정 장면들은 정말 좋았다. 근데 분명히 거슬리는 부분도 존재했다. 근데 또 그 거슬리는 부분들이 김상헌의 인간적인 면을 부각하는 내용들이라 영화에서 제외했을 때의 모습이 상상하기 어렵긴 하고. 아무튼 별 4개, 특이한 경우이긴 해도 애매하긴 매한가지.

     

    7.

    병자호란에서 조선이 처절하게 당하는 모습과 인조가 신하의 옷을 입고 삼전도에서 굴욕을 당하는 것까지 숨기는 것 없이 보여준다. 그것을 냉소적인 시선으로 보여주는 것도 아니고, 그 원통함까지 더해서 관객에게 전달한다. 보고 나서 기분이 좋아지는 영화는 아닐 텐데, 어찌 이런 영화를 만들 생각을 했는지. 그 유명한 《오징어 게임》도 그렇고, 이렇게 작품 자체가 가지는 감정선이 황동혁이란 감독의 시선이 어떠한가 추측할 수 있게 만드는 것 같다.

     


    인상 깊었던 장면 1

     

    영화의 시작. 영상미와 더불어 이 인물의 성격이 바로 드러난다. 그리고 이 사건이 영화 내내 이 인물의 목을 조르는 듯 하기도.

     

    인상 깊었던 장면 2

     

    둘이 대립하는 장면은 모두 인상 깊었다. 이 장면은 특히 화면에서 둘의 대비가 강하게 다가와서 더욱.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