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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변명문, 몸이 힘든 취미
    변명문 2026. 6. 14. 22:18

    사실 야심 차게 시작한 "문화특별시민" 카테고리와 이곳의 차이가 무엇인지 아직 제대로 정하지 못하고 있었다. 즉흥적으로 카테고리를 만들었던 만큼 과도기를 겪고 있는 중. 사실 이번 주도 문화특별시민의 이름을 달고 글을 쓰려고 했으나, 아무리 생각해도 그 정도는 아닌 것 같아서 변명문으로 결정.


    1.

    그래서 이번주는 왜 안 봤냐면요.

    성남 마라톤, 2026

    시원하게 10km 뛰고 왔다.

     

    2.

    사실 10km는 전에도 몇 번 뛰어보긴 했다. 나름 좀 뛴다고요 저. 물론 풀컨디션을 유지한다 하더라도 1시간 이내에 완주하는 게 고작인 실력이지만, 그래도 이 나이대가 되니 어떤 분야든 평균 수치보다 조금 높음을 유지하는 것 자체가 그리 호락호락하진 않더라고. 아무튼, 말했듯 몇 번 뛰어본 거리인 만큼 그렇게 특별하다고 할 수는 없겠으나 마라톤이란 행사 자체를 내가 처음 가보는 것이어서 마음가짐은 다르긴 했다. 한 주 동안 식단 관리도 하고, 컨디션 관리도 하고. 그러니 기록이 꽤 괜찮게 나오긴 하더라고. 원래 아침에 뛸 땐 기록이 좀 더 낮게 나와서 1시간을 넘어가는 편인데, 이번 대회 기록은 57분 33초가 나왔다.

     

    3.

    그런데, 이게 영화를 안 본 이유라고 하기엔 조금 민망하긴 하지. 마라톤은 토요일 아침 7시였고, 말인즉 보통 영화를 보는 일요일은 평소와 다를 바 없는 일과였다는 것이니. 어차피 이 카테고리가 변명하는 곳이니 만큼 핑계를 대자면, 진짜 피곤했습니다. 너무 피곤했어요... 어제도 돌아와서 오후에 낮잠을 자버렸고, 오늘도 거의 10시간을 넘게 잤다. 오후가 넘어가서 잠을 깨니까 일요일이 너무 짧아.

     

    4.

    원래 내 계획은, 달리기를 했으니 영화로는 달리기에 대한 영화를 골라 본 다음 "문화특별시민"에 글을 쓰는 것이었는데 모두 다 말짱 꽝. 근데 이런 거 보면 나도 참 대문자 N, 의미 만들기에 미친 사람 같구나. 근데 이렇게 메타 인지를 심하게 하는 것이 내 MBTI의 특징이래. 근데 이렇게 나 자신을 두고 메타 인지라고 말하는 것까지 메타 인지 아닐까? 일요일이 끝나가니 사람이 정신이 나가고 있나 보다.

     

    5.

    아무튼 이렇게 마무리하긴 아쉬우니 일단 대회 후기 몇 가지만 더 적어보자면요. 코스 중간에 물과 포도당을 주던데, 포도당이란 것이 이렇게 맛이 없는 것이었구나 싶었다. 그 맛이 너무 강렬해서 후기를 떠올리는 순간 첫 번째 기억으로 바로 튀어나와 버릴 정도. 그 외엔, 혼자 온 사람이 거의 없더라고. 사실 나도 이 대회 원래 몇 지인들과 같이 나가는 계획이긴 했었다. 하지만, 사실 이 대회가 4월이 원래 일정이었는데 그게 모종의 이유로 6월로 미뤄지게 되었던 것이었다. 그 사이 다들 저마다의 이유로 탈주를 하였고 나 혼자 다녀오게 되었지. 흑... 같이 왔었으면 더 좋았겠단 맘이 뛰는 내내 들더라. 자꾸 긍정적인 기억보다는 부정적인 기억만 떠오르는 것 같네.

     

    6.

    요런 주제로 글을 쓰는 김에 달리기 그 자체에 대한 예찬을 좀 해볼까. 나로 말할 것 같으면, 학창 시절부터 소문난 몸치였다. 아닌 게 아니라 지병도 있어서 운동에 소극적인 편이기도 한데, 도저히 노력으로 해결되지 않는 몸치의 기운을 타고나기도 했다. 지난주 후기에도 나의 저주받은 몸뚱이에 대한 이야기를 했었지. 그런 내가 유일하게 꾸준히 해오고 있는 운동이 바로 달리기다. 조깅, 러닝. 정확한 명칭은 나도 몰라. 부를 때마다 달라짐. 아무튼, 나 같은 사람에게 이만한 운동이 없는 것 같단 생각을 한다. 어떨 땐 이게 단순히 체형 관리를 위한 운동이라기 보단, 정신 수양 같다고 느낄 때도 있다. 종종 일요일 일정을 영화 감상 후 러닝으로 잡을 때도 있다. 일단 뛰게 되면, 거리에 따라 30분에서 1시간 남짓 동안 전신을 달리는 것에만 강제로 집중하게 된다. 근데 또 그게 막 엄청나게 힘들어서 아무런 생각도 못할 정도는 아니다. 그럼 머릿속에서 온갖 잡념이 생기고, 잡념이 정리가 된다. 그러다 보면 달리기가 끝나있고, 후련한 마음이 든다. 이게 재밌어서 이렇게 꾸준히 해오고 있는 것 같단 생각이 든다. 사실 살 빠지는 건 덤이었던 거야.

     

    7.

    인터넷에서 본 취미에 대한 이야기 중 감탄했던 글이 있다.

    정말 예리한 통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꼭 3개를 조화롭게 하라는 말이 아니라 그 상황에 맞춰 선택할 수 있는 취미가 있으면 좋다는 말처럼 들리기도 하고. 아무튼 이 말을 본 이후부터는 주기적으로 내 취미는 어떻게 분류할 수 있을까 생각해보곤 한다.

     

     - 감정소모가 있는 취미: 곡 쓰기, 그리고 이 블로그를 중심으로 한 각종 감상 활동

     - 생각없이 할 수 있는 취미: 노래방, 게임, 최근엔 요리가 추가되었다.

     - 몸이 힘든 취미: 러닝

     

    그만큼 이 달리기가 내 취미 생활의 중요한 한 축을 담당하는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겠다 싶다. 특히 "몸이 힘든 취미"에는 도저히 다른 것을 늘릴 생각이 들지 않아서 말이야.

     

    8.

    뇌도 몸의 일부라고 생각하면 코딩도 몸이 힘든 취미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 감정소모라고 하기도 애매하고, 생각없이 하는 것도 아니고. 내가 위의 취미론에 심취하긴 했으나 세상 모든 취미를 위의 세 분류에 딱 맞춰 넣을 순 없겠단 생각도 든다. 근데 코딩은 너무 본업이라서 주말에 개인 프로젝트로 한다고 해도 취미라고 말하기 뭔가 미안하긴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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