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 러버스>를 보고 든 생각
1.
으악 자꾸 영화를 격주로 보고 있잖아. 하지만 오늘 또 이걸 굳이 언급하는 것조차 너무 새삼스럽다.
2.
아무튼 오늘의 영화는 제임스 그레이의 <투 러버스>. 처음에 한글로 제목을 읽으면서 <To Lovers> 일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Two Lovers>였다.
3.
제목에서 언급하듯 대놓고 사랑 영화다. 그리고 아주 무거운 사랑 영화였다. 무겁고, 우울한 사랑 영화. 제임스 그레이 영화들은 왜 이렇게 감상적이고 우울하지. 그리고 그게 바로 내 취향이라서 너무 좋다.
4.
사실 보면서 좀 마음이 답답해질 수 있는 영화였던 것 같다. 그리고 특히, 기네스 팰트로가 맡은 캐릭터는... 덕분에 결말 부분에서 나도 덩달아 주인공과 함께 절망에 빠지는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5.
그 결말 직전까지 너무 신난 주인공의 모습을 보면서 어쩐지 불안하긴 했어.
6.
분명 울림이 깊었던 영화인데, 자꾸 격주로 영화를 봐서 그런가, 오늘 늦잠도 자버려서 그런가. 머릿속에서 할 말이 영 떠오르지 않는다. 그 감상을 언어로 붙잡는 것에 어려움을 겪는 중.
7.
아니면 이렇게, 불순물까지 그대로 둔 채로 농도 짙은 사랑 영화라서 그런 걸지도. 나도 엄청 서툴거든.
살짝 피식. 영화 제목 그대로 주인공을 중심으로 사랑을 하는 사람이 둘 나온다. 미셸을 사랑하는 주인공 레너드 자신과 그런 주인공을 사랑하는 산드라. 이성적으로나 감정적으로나 레너드는 산드라와 맺어져야 마땅할 것처럼 느껴지지만, 혹자가 그런 이야기를 하더라고. "최애는 선택하는 게 아님, 그냥 터벅터벅 와서 심장을 뽑아가면 그게 최애가 되는 거임". 덕질도 사랑의 일종이긴 하니까.
영화의 중반부 레너드가 찍었을 흑백 사진들을 나열하면서 성인식 장면으로 전환. 시각적으로 인상깊기도 했고, 배경 음악도. 풍경 사진만 찍어왔던 레너드는 어쩌다 이렇게 인물 사진을 많이 찍었을까.
모든 걸 다 알고 있는 어머니. 사실 이 장면도 인상 깊었고, 여기서부터 결말까지 10분 동안의 장면 흐름들이 너무 인상적이었다. 결말에서 앞서 언급했던 배경 음악이 다시 깔리는 것도. 난 이 결말이 행복한 것인지 슬픈 것인지 도저히 모르겠어. 그리고 바로 그게 이런 사람이 하는 사랑 아니겠습니까 허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