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인지 읽어야 할 기분이 들었어요. - <소년이 온다>
얼마 전 지나가듯 <소년이 온다>를 한 권 사버렸다고 말했었다. 다행히도 내 삶에 독서가 들어갈 빈 틈이 딱 한 군데 남아있었고, 오늘에서야 그 책을 다 읽었다. 영화 볼 시간 내기가 애매한 일요일의 서울행 약속, 그 돌아오는 길에 책의 남은 구절들을 숙제처럼 읽다가 문득, 아 여기서부턴 여기서 읽으면 안 되겠다 싶었다. 그리곤 집에 도착해 익숙한 의자에 앉아 다시 시작해 끝까지 다 읽어냈다. 지하철에서 뜬금없이 눈물을 펑펑 흘리는 이상한 사람이 되고 싶진 않았다.
이 책은 말했듯 무심코 샀으며, 생각해보니 무심코 오늘 다 읽어냈다. 세상에 그냥이란 이유는 없다고 계속 주장해 왔던 나지만 "그냥" 만큼 이 모든 행동을 잘 설명할 단어도 없는 것 같다. 모르겠습니다. 그냥 그래야 할 것 같았습니다. 복잡한 생각이 모여서 종종 세상은 끔찍한 모습으로 돌변하기도 함과 동시에, 그저 그냥 당연히 그래야 하는 이유들이 모여서 세상은 본래의 그 순수한 형태를 유지하기도 한다. 그냥 책을 읽고 이런 생각이 들었을 뿐이다.
첫 글이니까 조금만 더 첨언하자면, 앞으로 책을 좀 더 자주 읽어보려고 한다. 아무도 이름이라고 생각해주진 않는 것 같지만 "언덕뵈기"라는 부캐 놀이를 시작한 지도 벌써 2년째, 영화만 집요하게 파왔던 이전의 모습에서 벗어나 "감상회"의 영역을 넓히려는 시도라고도 볼 수 있겠다. 하지만 아직은 서평을 남기는 것에 영 익숙지 않은지라 그저 어쩌다 이런 책을 읽게 되었는지, 그리고 아주 짧은 느낌 정도로 이처럼 얄팍한 형태의 글이나 던져 볼 생각이다. 그리고, 이렇게 표현하면 이 <소년이 온다>를 읽도록 직접적인 영향을 줬던 <룬의 아이들>에게 미안하긴 한데(그 책 사려다가 이 책까지 함께 산 것), 이런 종류의 책을 거의 3~4년에 한 번 꼴로 읽는 사람으로서 "좀 더 자주"라고 해봤자 몇 달에 한 번이나 여기 카테고리에 새 글이 올라오면 선방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아무튼, 잘 되겠지 뭐. 좀 다른 느낌 주려고 했는데 아무리 해도 영 글이 내 글 같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