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트라이트>를 보고 든 생각
1.
제96회 아카데미 시상식을 보면서 작성하고 있는 일요감상회. 그러니까 달리 말해, 월요일 오전에 글을 쓰고 있다는 말. 영화는 어제 보긴 했는데, 몸살에 죽을 뻔해서 도저히 바로 리뷰를 적을 수가 없었다. 진짜 잔병치레 많이 하는 몸뚱이야.
2.
사실 엄밀히 따지면 3주만에 여기에 글을 쓰고 있다. 앞선 두 주 동안은 극장에서 영화를 보고 왔던 터라. 그리고 또 사실, 시간상 그거랑 상관없이 그 주에 영화를 한 편 더 봐도 됐긴 했는데, 요즘엔 한 주에 한 편 넘게 보는 게 영 힘들구나. 아무튼 그 2주간 동안 계속 볼까 말까 고민하며 간 봤던 영화는 사실 <설국열차>였다. 그런데 웬걸 좋은 영화들 몇 개가 왓챠에서 내려간다는 소식이 들려오더라고. 그래서 <설국열차>는 결국 2주 동안 간만 당하다 갑자기 끼어든 다른 두 영화에 의해 다시 2주를 밀려나게 되었다. 그 두 영화 중 첫 번째가 바로 오늘의 <스포트라이트>.
3.
제 88회 아카데미 시상식 작품상에 빛나는 영화 <스포트라이트>. 전혀 의도한 게 아닌데 어떻게 공교롭게도 지금 오스카 실시간 중계를 보면서 이 영화에 대한 후기를 작성하려 하니 기분이 묘하구나. 사실 중계 보느라 글에 집중하기도 힘들다. 게다가 글을 당일 바로 쓰는 게 아니다 보니 길게 쓰기 어려울 것 같긴 하다.
4.
개인적으로 작품상을 받은 영화 치곤 크게 관심을 가지고 있진 않았던 영화였다. 그런데 며칠 전 이 영상을 보고 갑자기 엄청 보고 싶어 졌던 기억이 있다. 때마침 왓챠에서도 내려간다고 하니 놓칠 수가 없었다.
5.
실화를 바탕으로 한 배경이 아주 무거운 영화였다. 가톨릭 교회에서 아동 성범죄가 자행되었으며 심지어 그들이 그것을 조직적으로 은폐하기까지 했다는 의혹이 밝혀진 실제 사건. 우리나라에서는 사실 크게 이 사건이 알려졌던 것 같진 않은데, 해외에선 상당히 큰 스캔들이었다는 것 같다. 몇 달 전에 봤던 <두 교황>에서도 이를 주요하게 다뤘던 것이 기억난다.
6.
영화의 주인공들은 이 의혹을 파헤치고 보도한 언론사 "보스턴 글로브"의 취재팀 "스포트라이트"의 기자들이다. 분노할 수 밖에 없는 그런 이야기이고, 실제로 영화 안에서 등장인물들이 분노하는 모습도 나오지만, 영화 그 자체가 이것을 지나치게 감정적으로 비추고 있지는 않다는 점이 인상 깊었다.
7.
여러 사람들이 이 영화의 장점으로 언급하고 있는 부분이고, 영화 안에서도 여러 번 언급하는 주제가 있다. 이 일을 개인의 문제로 치부하는 것이 아니라 체계 자체가 잘못된 길로 빠지고 있다는 점을 꼬집는 영화. 정확히 말하자면, 영화가 그것을 직접 폭로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그런 일을 해야만 하는 이들, 기자라는 직업을 가진 이들을 조명함으로써 그들에게 헌사를 하는 듯한 영화였다.
8.
이 영화에 나오는 변호사들도 어느정도 인상 깊은 부분이 있었던 것 같다. 그들의 부정적인 면도 많이 묘사가 됐지만. 그 뺀질해 보이던 변호사가 사실 과거에 이미 이 사건을 폭로한 적이 있었다던가. 직업윤리란 무엇인가에 대해서 한 번 생각을 해보게 만드는 영화였다.
9.
인상 깊었던 장면들은 이번주는 휴식. 영화 외적으로 언급할 게 많은 한 주 였던 것 같다. 제가 또 맥북 이란걸 사봤거든요. 아니 너무 불편한데? 아무튼 이 기기에 익숙해지기 위해서 열심히 굴러봐야 할 것 같다. 아무튼, 지금껏 지켜오던 삶의 패턴에 계속 변화와 삐걱거림이 발생하고 있는 요즘인데, 다음 영화 볼 땐 이게 좀 회복이 될 수 있을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