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코리쉬 피자>를 보고 든 생각
1.
PTA의 현재 기준 가장 최신작, <리코리쉬 피자>. 드디어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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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펀치 드렁크 러브>가 생각나는 PTA의 러브 코미디 영화. 달다 달아.
3.
근데 이 영화는 내내 마냥 달콤하지만은 않은데, 그게 마지막에 확 몰려온다. 헤실거리면서 어딘가에 취해있는 듯한 감독의 표정이 떠오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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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지금 수면시간이 부족해서 말이 길게 안 나와. 아니면 나도 취해있는 걸지도 몰라.
5.
그리고 또 하나 더 사실, PTA를 그렇게 좋아한다고 공공연히 말해놓고 이번 영화는 계속 일부러 못 본 척 해온 감도 있다. 포스터가... 조금 부담스러웠다고 해야 하나. 어.. 음.. 언젠간 봐야지.. 하면서.
6.
맥북을 사니까 Apple TV 앱에서 다른 서비스에 비해 조금 더 저렴하게 영화를 대여해서 볼 수도 있고 좋은데, 이거 캡처를 못하겠어. 오늘 인상 깊었던 장면은 패스.
7.
근데 너무 아쉽다. 찍어 올리고 싶은 진짜 좋은 장면들 많았는데. 엔딩 장면 너무 좋았다. 둘이 서로를 향해 달리는 모습이 오버랩되는 것과 와락 껴안으려다 넘어지는 것까지.
8.
중간중간 실실거리게 만드는 웃긴 장면들도 여럿 기억난다. 토우 콕 싼! 토우 콕 싼!
9.
남자 주인공 역의 배우 쿠퍼 호프먼과 여자 주인공 역의 알리나 하임 둘은 감독이 개인적으로 깊은 친분을 가지고 있는 인물들이라고 한다. 특히 쿠퍼 호프먼은 안타깝게도 세상을 일찍 떠나버린 그 명배우 필립 세이모어 호프먼의 아들. 감독 본인의 표현에 따르면 "태어난 지 3달 됐을 때부터 알고 지낸 삼촌"이라고. 그래서 촬영하면서 장난도 치고 그랬다고 한다. 중간에 뺨 맞는 장면이 있는데 그걸 키스하는 장면이라고 속이고 찍었대 ㅋㅋ.
10.
알고 보면 엄청 시니컬한 시선이 담겼다고 볼 수도 있는 영화다 이거. 그 친분 있다는 하임 가문 온 가족을 불러와서 아버지 역은 좀 보수적이면서 가부장적인 면이 있는 것처럼 그리고, 일본인에 대한 비하성 개그(<인히어런트 바이스>에서도 그렇고 약간 재미 들린 것 같은데), 괴팍한 슈퍼스타들과 여성혐오적인 분위기까지. 근데 그걸 영화는 부정하지도, 긍정하지도 않고 그저 보여줄 뿐이라는 생각이 든다. 특히 배경이 되는 70년대가 감독 본인에게 가장 애틋해 보이는 시기라는 점에서, 다른 감독이지만 전에 봤던 영화 <바빌론>의 시선과 비슷한 느낌도 들고.
11.
PTA의 서툴고 몽글몽글한 사랑 영화... 진짜 독보적인 맛이 있어. 세상에 사랑에 대한 좋은 영화는 정말 많다. 비평적으로나, 대중성으로나, 아니면 그냥 개인적으로 느끼는 감정적으로나 더 뛰어나다고 생각할 법한 영화도 분명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런 영화는, 이런 영화를 만들 수 있는 사람은 유일하다는 생각이 든다. 생각할수록 너무 좋네. <펀치 드렁크 러브> 때도 그랬는데, 뭔가 자세히 표현하기가 어려운데, 심지어 영화를 보는 중간에는 살짝 갸웃하기도 했는데, 러닝타임이 끝나고 완전히 포장된 영화를 기억 속에서 다시 열어보면 이상하게 행복해지는 그런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