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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코 떠나보낼 수 없는 사람의 사랑스러움 - <작별하지 않는다>
언덕뵈기
2025. 7. 19. 13:20
왼쪽 아래, 가장 깊숙한 곳의 어금니를 고작 닭갈비를 먹다 부러뜨려버렸다. 순살이라서 뼈도 없었는데. 요즘 부쩍 상실에 대한 생각에 잠길 때가 많다. 이제 슬슬 짧다곤 못할 정도의 삶을 살아온 만큼 그동안 내게 그 경험이 전혀 없다곤 할 수 없겠지만, 그렇다고 내게 정말 사무치도록 슬플 정도의 상실이 있었다고는 아직 선뜻 말할 수가 없을 것 같다. 내겐 기껏해야 닭갈비를 먹다 어금니 한쪽 귀퉁이가 뜯겨나가는 정도의 이별 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나는 왜 항상 그 앞에서 마치 생니가 모두 다 뽑혀나간 것처럼 아파할까.
<소년이 온다>에 이어 <작별하지 않는다>를 읽으며 상실의 무게감이 얼마나 무거운가에 대해 체감하게 된다. 우리가 떠나보낸 사람들이 얼마나 사랑스러운 존재였는지를 말해주는 듯 정성들인 수사법이 가득한 문체는 작별 앞에서 어쩔 수 없이 나약해지는 인간 본연의 모습에 대해 생각하게끔 만든다. 그 사랑스러움 만큼 그 고통은 전혀 아물지 못하고 여전히 피를 흘리는 상처를 끊임없이 바늘로 찌르는 것과 같이 아프기에 우리는 결코 작별을 끝낼 수가 없는 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