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감상회

《파운더》를 보고 든 생각

언덕뵈기 2023. 11. 5. 16:42

존 리 행콕, 2016

 

1.

나는 매주 영화를 보는 일요일 아침 한 20% 확률로 맥모닝을 먹으러 간다. 20%라는 애매한 비율, 아니 애초에 여기에 비율이 어떻게 잡히는 거냐 할 텐데, 사실 매주 시작하면서 "이번 일요일엔 꼭 맥도날드에 가자!" 하고 다짐한다. 그리고 고된 한 주를 보낸 다음 찾아온 토요일 밑바닥에 구멍이 난 보상심리를 채워보려 노력하다 새벽 늦게 잠들곤 일요일 아점쯤 시간에 기상하거든. 이번 주도 역시 맥모닝엔 실패했다.

 

2.

오늘 점심

 

비록 맥모닝엔 실패했지만 그래도 특별히 점심에라도 맥도날드 햄버거를 먹었다. 사실 이번 주 영화로 《파운더》를 골라놓고 오늘 아침까지 자각하지 못했다. 영화를 보기 직전에야 오늘이야 말로 맥모닝을 먹었어야 하는 건데 싶은 생각이 들더라. 아무튼 굳이 이렇게 맥도날드에 대한 TMI로 시작해 봤다. 오늘 영화 《파운더》는 전 세계 음식의 1%를 공급한다는 거대기업 맥도날드의 탄생신화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3.

은근 창업 스토리에 이런 케이스가 뜨문뜨문 보이는 것 같다. 기술자와 사업가, 신화가 된 사업가와 그 뒤에서 조명받지 못하는 기술자의 구도. 맥도날드의 창업 스토리에선 맥도날드 형제와 이 영화의 주인공 레이 크록이 그렇다.

 

4.

전기 영화는 이렇게 나눌 수 있지 않을까. 주인공에게 호의적인 영화, 주인공에게 중립적인 영화, 그리고 주인공에게 비판적인 영화. 이번 영화는 마지막에 해당하는 것 같다. 아마 영화를 보면서 주인공에게 질리는 사람이 많을 듯.

 

5.

공교롭게도 지난 주에 봤던 《잃어버린 도시 Z》와 주제가 비슷한 감이 있다. 중간에 비슷한 대사도 나온다. 쉽게 말하면 욕심, 그런데 《잃어버린 도시 Z》에서는 "열망"이라는 단어가 더 잘 어울리고 《파운더》에서는 "탐욕"이라는 단어가 더 잘 어울린다.

 

6.

그렇다고 영화가 "맥도날드 형제가 옳았어!"라고 말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냥 서로 다른 두 성향의 충돌이었던 것 같고, 한쪽이 폭주한 거지.

 

7.

보편적인 시각인지는 모르겠으나, 이 영화를 보면서 미국이라는 국가의 탄생배경 또한 생각이 나더라. 원주민을 몰아내고 땅을 점거해 가장 크고 성공적인 자본주의 국가가 되었다. 이걸 "개척"이라고 말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으나... 이것도 조금 도발적인 시각일 것 같은데, 가끔씩 이렇게 작품에 본인이 소속된 국가에 대해 가지는 콤플렉스가 표출되기도 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8.

20세기 중반이 영화의 배경인데, 그때 당시의 음식점 문화를 보는 것도 즐거운 점 중 하나였다. 드라이브인이라고 주차장에 차를 대놓고 있으면 종업원이 롤러를 타고 음식이 담긴 그릇을 가져다주던데, 나는 왜 이런 거 보는 게 좋은지. 몰랐던 문화를 새로 알아가는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


인상 깊었던 장면 1

 

맥도날드 형제가 버거발레라고 칭한 장면. 형제가 이 획기적인 가게를 어떻게 개업하게 되었는지 화려한 편집으로 보여준다. 그 시퀀스의 하이라이트가 이 부분이다. 그 끝에서 마치 지휘자처럼 인물을 그려내는 게 재미있었다.

 

인상 깊었던 장면 2

 

이 장면에서 특히 연기력에 감탄했었던 것 같다. 마이클 키튼 하면 2014년 《버드맨》에 대한 강렬한 인상이 남아 있다. 그 이후로 꾸준히 좋은 영화에 출연하는 것을 보니 좋군. 《파운더》도 충분히 오스카에서 결과를 얻어냈을 법한 영화라고 생각하는데 노미네이션조차 안 됐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