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바웃 타임》을 보고 든 생각
1.
사실 계획하기를 아침 일찍 일어나서 영화를 보고 전부터 가보고 싶었던 카페에 가서 블로그 글을 쓰는 것이 목표였다. 일단 아침 일찍 일어나는 것부터 실패했고, 영화가 아주 외설적인 것은 아니지만 밖에서 인상 깊은 장면을 다시 되짚어가면서 글을 쓰기엔 좀 민망한 부분도 있어서 일단 계획과 틀어지는 중.
2.
이럴 때 시간을 돌릴 수 있으면 좋을 텐데!
3.
아무튼 《어바웃 타임》을 안 봤던 입장으로써, 왠지 《이터널 선샤인》과 이미지가 비슷한 영화라고 생각해 왔다. 내용 때문에 연상되는 것은 아니고, 상황이 비슷하다고 해야 할까. 제목이 두 단어로 이루어져 있고(농담), 국내 인지도도 적당히 있고, 로맨스 영화고... 또 뭔가 그런 분위기가 있는데 정확하게 표현을 못하겠다. 대충 이런 부분들이 비슷한 것 같다는 의미.
4.
도널 글리슨, 빌 나이, 레이첼 맥아담스 세 배우를 특별히 코멘트하고 싶은데, 그중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은 배우는 역시 레이첼 맥아담스. 사실 영화에서 이 배우가 맡은 여주인공은 어디까지나 "대상"으로써 기능했을 뿐이었지만, 배우 자체가 가지고 있는 매력으로 오랫동안 기억될 캐릭터가 완성된 것 같다.
5.
제목에서부터 시간을 언급하듯 시간여행을 소재로 사용한 영화다. 요즘 멀티버스 영화들 때문인지 시간여행 하면 막 발산할 것 같은 이미지가 떠오르지만, 《어바웃 타임》은 아주 잔잔하게, 소박하게 흘러가는 영화였다. 시간여행이 일으키는 패러독스가 살짝 나오긴 하지만, 쉽게 해결된다. 핵심이라기보단 그냥 소재로 쓰인 정도이고, 영화가 진짜 말하고자 하는 내용은 다른 부분에 있었던 것 같다. 사실 제목도 "삶에 대하여"라고 적으면 너무 직설적일 것 같아서 "시간에 대하여"라고 바꿔 쓴 느낌.
6.
이런 부분에서 의외로 호불호가 갈리기도 하던데, 자기 계발서에서 하는 말 같다는 평을 봤다. 나는 그 정도로 부정적으로 생각한 건 아니지만 무슨 말인지 어느 정도 이해는 간다. 받아들이기 나름이라고 생각한다. 만약 주변에 이 영화를 보려는 사람이 있다면 이런 스타일에 대해 미리 알려주면 좋아하지 않을까? 한 번쯤 생각해 볼 만한 이야기라며 좋아할 수도 있고, 삶에 대해 쓸데없이 참견하는 영화를 싫어할 수도 있고, 에 뭐 그냥 재밌어 보이는 영화던데 별로 신경 안 씀 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
7.
또 삶에 대해 이야기하긴 하지만 막상 줄거리는 크게 탈 없이 흘러가서 마음이 가벼워지는 영화가 아니었나 싶다.
8.
조금 원론적인 이야기. 지난주에 봤던 《컨택트》에서도 비슷한 생각을 했다. 좋은 아이디어를 쓰는 것보다는 역시 그 아이디어를 잘 쓰는 게 더 중요한 것 같다. 이게 시간 여행이 아니라 다른 소재였더라도 똑같이 좋은 대사, 좋은 장면을 만들 수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
이것만 보면 무슨 비참한 장면인가 싶겠지만, 사실 아주 웃기고 사랑스럽기까지 한 시퀀스. 저기 위에 올린 포스터가 여기서 나왔다.

몇 분 동안을 캡처해 봤지만 도저히 그 사랑스러움이 정지된 한 장면에 담기지 않아서 결국 움짤을 따왔다. 심지어 글을 포스팅하고 보니 재생이 요상하게 되고 있어서 별도로 인코딩 프로그램도 다운로드 해보고 직접 HTML도 수정해보면서 억지로 이걸 올렸다. 이 블로그를 쓰면서 한 번도 이런 일이 없었는데. 특히 이 패션쇼 장면은 찍는 사람이 레이첼 맥아담스 덕질하는 건가 싶었던 순간. 마음같아선 인상 깊었던 장면 3, 4, 5.. 쭉 레이첼 맥아담스만 올리고 싶지만 참는다.